스시집 웨이터 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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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주문도 잘못 받고 어리버리하게 테이블 치우다가 뭐 떨어뜨려서 접시도 깨뜨리고 했는데 오늘 막상 일을 해보고 나니 참 많이 익숙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사실은 이번 주가 Thanksgiving Day 주간이라 다들 여행을 떠나서 손님이 별로 없었긴 합니다.)

식당영어라는게 처음에는 용어도 익숙치 않고 영어 자체가 익숙치 않고 무엇보다 백인과 흑인얼굴을 대하는게 익숙치 않아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달여가 지나고 나니 뭔가 제가 쓰는 말과 외국인들이 영어로 말하는 것에는 무슨 패턴이 있는 거 같더라구요.(물론 스시집에서 쓰는 영어에는 한계가 있겠죠.)

손님이 들어온다고 가정을 해보죠.

“Hello, How many people? Three? Yes, Come on, Take a seat! ”
여기에서 조금 애드립을 집어넣는다면 “How are you? (Good, and you?) I’m Great! ” 되겠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보통 드링크 주문부터 받습니다.
“What would you like drink?” Coke/Dr.pepper/Water with lemon 등등을 시킵니다.

드링크를 가져다주면서,
“Are you ready?” 물어보면 메뉴판에 있는 기호를 불러줍니다. 미국인이 서빙할 때는 보통 그냥 음식이름을 불러주기도 하지만 제가 동양인인지라 제게는 기호를 불러주더군요. 뭐 저도 편하긴 합니다. A-8, D-10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간혹가다가 이것은 뭐냐, 저것은 뭐냐, 물어보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대처방법은 두가지인데 스시에 들어가는 것이나 재료에 대해 물어보면 “We have a description.” 하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그 외에 알아듣지 못할 빠른 말과 남부의 사투리를 섞어가면서 물어보는 사람에게는 “Just a minute, please. Let me bring another person.” 하며 나머지가 해결됩니다.

이때부터 팁을 받아내기 위한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아이와 같이 올경우 아이나 아기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며 테이블 정리를 잘해주고 음료수 제때에 리필해주기 등이 팁을 받아낼 수 있는 유일한 웨이터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산서(Check)를 줄 때에는 손님의 눈을 맞추며 “How’s everything?” 이라고 물으면 대개가 “Good.”이라는 등의 반응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 나가는 손님에게 “Have nice day!”라고 외치면서 계산서에 적혀진(혹은 테이블에 놓여진) 팁을 곁눈으로 보는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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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일천하다보니 같이 일하는 미국아이를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는 하지만 말이 잘 안통하니 이 여우같은 녀석이 자꾸 발뺌을 합니다. 그리고 미국아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36먹은 아저씨입니다.)들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장이 없을 때는 마구 얘기하면서 놀다가 사장만 있으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으로 변합니다. 저에게는 “난 서빙은 팀웍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하면서 자꾸만 제 앞에서 매니저역할을 하려는 것도 눈꼴시리긴 하지만 그래도 팁은 제가 많이 챙겨가니까… 별 상관은 없습니다.

하여간에 오늘 드는 생각은 이 곳에서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돈벌러 온 것은 아닌데 일주일 내내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뭔가 목적에서 벗어나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이곳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두려움들은 없어지긴 했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식당 영어는 영어회화 외우듯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왠지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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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미국사람이라고 해서 딱히 다르진 않겠지요. 어딜가나 성실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요령도 피우는 사람도 있겠고…
    아무튼 초반 탐색전은 잘 치루고 계시군요. ^^

    • (잿빛하늘) 생각해보니 굳이 인종과 나라를 따질 일은 아니네요. ㅋㅋ 초반 탐색전은 잘 치르고 있는것 같나요? 아유.. 이래저래 고민만 더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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