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위 유희


백지 위 유희를 꿈꿉니다.

어차피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게 사람 사는 거라지만 태어나면서 뭔가를 먹기 위해 울고, 집을 사면서 또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가구들을 삽니다. 그리고 심지어 보이지 않는 백지를 매일 대하면서 그 안을 뭔가로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지니고 사는 디자이너. 왠지 빈손의 인생과는 역행하는 듯 보입니다. 채워야 하는 것이 의무가 되고 일이 되고 스트레스로 넘치다보면 어느새 신선하던 재료들도 그저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명분밖에는 없는 쓰레기들만 주워서 담게 됩니다.

백지 위 유희를 꿈꿉니다. 줄타는 광대에게는 가는 줄이 넓은 놀이터이듯 채워야할 것들이 있는 빈 백지가 아니라 이미 채워진 백지 위에서 하나하나 비우는 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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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선의 경지군요. ^^

    • (잿빛하늘) 언제쯤 잡을 수 있을런지.. 똑똑똑또또르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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