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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퍼킨스와의 대화, 안목, 2009
(디렉터, 박재현 / 디자이너, 엄인정 / 편집 , 문성규 / 인쇄, 한영문화사)

깊고 잔잔한 바다와 같은 느낌입니다. 신기한 건 책을 처음 받아본 느낌과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느낌이 다르지 않고 같다는 겁니다.

밝은 크래프트 질감에 연필로 쓴 필립퍼킨스의 사인(signiture), 그리고 그 아래 갈색의 명조체로 표기된 제목. 디자이너가 이 책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책의 내용과 동일한 모습의 표지는 정말 맘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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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퍼킨스(Philip Perkins)

먼저 필립퍼킨스란 사람에 대해 설명을 해야겠네요. 공군에서 기관총 사수로 있을 때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했으며, 사진과 교수로 40년간을 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책의 저자 소개 참고) 그런 그가 2006년 뇌일혈로 한쪽 눈을 실명하고나서도 계속해서 사진작업을 하고 있으며 올해 내한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필립퍼킨스 한겨레관련기사 보러가기)

외모에서 아인슈타인을 연상시키는 그는 역동적이거나 다이나믹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느슨한 쟈켓과 남방스타일, 그리고 깊은 눈매에서조차 충분히 자신의 작업에 대해 사색과 고민을 하는 ‘예술가’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그건 그가 자신이 찍는 사진을 닮아가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그는 자신의 사진작업이 원래 보았던 것을 그대로 옮기는 거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풍광/장면이 한장의 사진으로 나오기 위해선 대상의 선정과 앵글, 때에 따른 빛들, 노출 등의 테크닉이 들어가고 현상과 인화를 하는 단계에까지 자신의 의도는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자신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한 왜곡을 줄 때도 있고요.

그런데 퍼킨스는 단지 사진을 찍을수록 자신의 감정등은 되도록 개입하지 않도록하고 순간의 감정과 대상을 밀착시켜서 찍는다고 합니다.

퍼킨스는 카메라에 대해 배우고 기술을 연구하며 테크닉을 공부하는게 다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감정을 제외한 모든 것이 배제되는 그 때가 진정한 예술이랍니다. 평생 노래만 불러온 한 가수가 죽기 전 모든 테크닉이 사라진 공연이었지만 과연 예전과 달라졌다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자신을 거추장스럽게 치장하고 있었던 장식들을 배제한 담백한 ‘나’만이 남아있는 것. 그것이 단연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책과 함께 하면서 요란하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긴 꿈을 꾼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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