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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아내가 피아노를 배웁니다.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는데 기회가 안되었다고 하면서 현재는 재즈피아노를 배우면서 코드때문에 머리가 좀 아플겁니다. 그래서 생일선물로 디지털피아노도 사주었습니다. 띵똥띵똥 하면서 직접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면서 피아노 곡에 대해 더 애정이 생긴 듯, 피아노콘서트가 있을 때마다 지나가듯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많이 가고 싶은 눈치.
유키 구라모토의 콘서트가 지난 주말에 전주에서 있었습니다. 피아노 콘서트라… 사실 처음입니다. 더구나 뉴에이지 피아노 콘서트라..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여하간 제일 싼 자리의 표를 구하고 부랴부랴 전주를 향했지요.
중간에 인터미션 15분까지 총 2시간 15분 공연을 했습니다. 앵콜곡으로 3곡을 연주해주더라구요. 자신의 곡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었고 스탠다드 재즈곡들과 적절히 편성을 했으며 1부가 크게는 피아노솔로, 스트링과 함께하는 피아노,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피아노 이렇게 3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부가 시작되는데 흠, 아직 음악에 몰입하지 못해서인가요? 유키의 피아노소리가 부드럽게 들려오기는 커녕 강약이 없는 멜로디들로 독립되어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몰입하지 못하면 지루하기 마련… 1부 중간중간 몰려오는 잠을 뿌리칠 수가 없더라구요. 확실히 1부는 관객들도, 연주자였던 유키에게도 좀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15분 정도 쉬고 다시 시작된 2부에서는 우리 귀에 익숙한 미국 스탠다드 곡들로 시작했습니다. 흠.. 확실히 1부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뭔가 연주자도 그렇고 피아노도 그렇고 1부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들이 전달되어 왔습니다. 1부처럼 음들도 따로 놀지 않았고 스트링과 오케스트라의 협연도 역시 좋았습니다. CD로만 듣던 오케스트라의 평면적인 느낌에 비한다면, 소리 하나하나가 살아서 다가오는 볼륨감이 단연 압도적이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통 클래식 피아노라면 그 안에 여러가지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많이 있어서 한가지의 분위기로만 가져가지 않을텐데 뉴에이지라는 녀석이 나타나면서 여러가지의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없애고 순수 결정체만을 가지고 연주하는 것이 아닐런지… 즉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예술이라는 형태에서 미술의 미니멀리즘처럼 음악이 가진 최소의 요소로 만들어내는 음악이 뉴에이지가 아닐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콘서트가 끝나고 익산에서 아내와 랩식구들을 불러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공연의 즐거움이란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지만 공연 이후의 사람들과의 소통, 혹은 술 한잔이 더 즐겁기도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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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에 2008년도 한국투어 영상물이 있기에 링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