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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온 한겨레 신문을 펼쳐들었다. 사설부터 보는 버릇이 있어서 사설과 칼럼들을 훑어보다가 최승호 피디의 기고글을 읽게 되었다. 마침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의 마지막 책장을 막 덮은 참이어서 무엇보다 실감이 갔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30년이상 살아 온 나로서는 권력이나 재벌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같은 것이 있는 건 사실이다. 아마도 역사전개상의 심하게 왜곡된 시기를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국회의원들이 항상 근거로 삼는 ‘국민’의 역할은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대물’의 고현정이 했던 말, 국민을 선거때의 ‘표’밖에는 안보이냐는 그 말과 다름없음을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권력에 대한 불신감도 마찬가지여서 친서민정책을 표방하고 나서거나 할 때에도 정말 우리에게까지 훈훈한 정책의 바람이 미쳐졌던 순간은 별로 없었던 거 같다.
불신이란 거는 사실 별거 없다. 동일한 실수가 반복이 될 때에 생겨나는 것이다. 설마 한 순간의 실수도 용납치못할 정도로 우리가 엄격하지 않다는 거 알고 있다. 유난히 정에 약한 우리로서는 ‘우리가 남이가’ 라는 말에 눈 녹듯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번, 비슷한 일들이 세대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생겨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에 동조를 하면서 가슴 한켠에 불신을 쌓아두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는 권력과 재벌을 불신한다는 말에 정말 문제가 있다. 어느 특정한 상황을 두고 한 말이 아니라 긴 시간에 두고 켜켜이 쌓아둔 총제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런 불신에 대한 감정은 조금 막연한 감이 있다. 신문이나 텔레비젼에서 떠들어대는 모습 밖에는 체감상 나에게 느껴지는 부분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좀 더 깊게 들추어보면 그것도 아니다. 내가 권력을 필요로 할 때에 나 역시도 재벌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에는 누구나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얘기한대로 사정기관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재벌이 로비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황급한 일에 대해서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동원해서 사정기관에 줄을 대려고 할 것이다. 줄을 대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혜택을 받기위해서고 혜택이 받아진다고 생각하므로 누구나 줄을 대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책에서는 그런 막연한 감정들이 구체적인 정황들 앞에서 무너져버린다. 읽으면서는 상실감과 배신감이 들었다가도 덮고 나서는 막상 고민이 들기 시작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살수 있을가? 에 대한 의문으로 바뀌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보면 그래도 그것에 대한 댓가는 정직할꺼라고 믿고 살았던 신념이 그래도 오를 수 없고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살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마지막 김용철 변호사의 글귀가 가슴에 남았다. 내가 바라는 상식적인 사회에도 부합하는 말이다. 정치문화가, 재벌문화가, 좀 더 성숙해졌으면 한다.
마침 오늘이 대검찰청 국감이 있는 날이다. 실은 실낱같은 믿음이긴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가슴에 맺힌 얼룩들을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씻어내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