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남는 표가 생겼다는 전화에 원래 안해도 동행하기로 했지만 갑작스런 회식자리에 나를 포함한 일행이 신도림에 가서 보게 된 연극입니다.

세명의 여자와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한 바람둥이의 이야기로 심각하지 않게 말그대로 약간은 재밌게 또 약간은 섹시하게 즐길 수 있는 연극이더라구요.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세 여자를 둘러싸고 서로를 겹치지 않게 하려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도 그렇고(그러고 보니 남자의 이름이 ‘성기’였네요. 뭔가 강한 남성성의 상징이 담겨져 있는 듯 합니다.) 우연히 찾아든 친구가 그 연애에 얽혀드는 과정이나 조금은 엽기스러운 가정부의 모습도 재밌있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배우들의 웃음을 굳이 통제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돌발적인 상황도 스토리에 포함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야기보다는 이야기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실수들을 더 재미있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잘 삽입을 해서 웃음을 유도해내고 있었습니다.

가령 그런거 있잖아요. 연극 속의 캐릭터에 열중하다가 웃기거나 민망해서 연극 속의 캐릭터가 아닌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와 대사를 치는, 마치 애드립처럼 보이는 이런 장면들이 몇몇군데에 있었는데 본 이야기도 본 이야기였지만 이런 모습들이 더 큰 웃음을 자아내더라구요.

극의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는 세명의 여자 중에 ‘지수’라는 캐릭터가 가장 잘 소화해낸 거 같습니다. 귀여운 성격의 ‘지수’ 캐릭터는 정말 눈 뜨고 보기에도 민망스러운 애교스러운 몸짓들을 마구 해냅니다. 종종 심각한 상황에서의 애교스러움이란… 인상적이었어요.

상단의 포스터는 시간표에 맞춰서 여자들을 조절하는 성기의 모습에 맞춰 가볍고 즐겁게 디자인이 잘 된거 같아요. 한 눈에 ‘아, 이런 연극이구나’ 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에는 다소 산만하지만 연극을 관람하고 난 후에 포스터가 ‘아하, 이렇구나’  며 한 눈에 쏙 들어옵니다. 아쉬운 것은 가정부의 모습이 많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연극에서 가정부의 역할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될 감초같은 역할이라서요.

가령, 세명의 여자를 코믹스런 가정부가 다 쓸어버리는 모습들로 디자인하거나 성기의 남성성을 좀 더 부각시킨 디자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