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대상의 워크샵이라고 해서 우습게 볼 것도 아니고 서울대 신입생이라고 해서 또 우와… 놀래지 않아도 된다. 최소한 이 책에는 작가들의 진정성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디자인을 하다보면 작가들이란 작자들이 참 대단하게 여겨진다. 나야 돈을 받고 그들의 맘에 맞는 디자인을 파는 사람이지만 작가들은 돈을 받고 그들의 작품을 판다. 그것이 그들의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 닥쳐오는 일 외에도 자신의 생각들을 담아내기 위한 길고 지루한 작업들이 보통은 선행이 되는데 일반 디자이너들이 자신에게 닥친 일만을 쳐내기도 버거워하는 반면 작가들이란 작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려고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한다. 상업디자인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작가정신에 깊은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이 책은 그런 작가들의 작업이야기를 실은 것이다.

작품의 작업은 마치 철학과 같아서 미네르바의 올빼미를 연상케한다. 누구나 당연히 그 자리에 그 타이포그래피, 그 이미지를 쓰는 상황에서 오히려 작가는 더 깊이 자신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서 누구나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서 그것을 깊은 우물에서 길러내듯이 천천히 이끌어낸다. 여기 이 책에 실렸던 윤선일 작가의 말을 인용해본다.

“사용한 글꼴만으로도 그 집 피자에서 플라스틱 맛이 날지 아니면 맥주 맛이 날지 짐작할 수 있을테니까요. ” (윤선일)

“무엇보다도 왜 이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 꼼꼼이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각자 동기도 다르고 가는 길도 다릅니다. 다만 정보의 소비 유도만을 위한 디자인, 잘못되었거나 필요치 않은 정보를 외형만으로 선택하게끔 하는 무의식의 조종자로 생각없이 끌려간다면 여러분은 어느새 붓 대신 칼을 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윤선일)

이런 윤선일 작가의 말은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귀농을 권하는 말로도 들린다. 그렇지만 디자이너로서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싶다면 이 또한 잊어버리고 살면 안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부러웠다. 자신의 작품으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 디자이너로서는 최고의 대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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