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작가는 자신의 졸업작품부터 현재의 작업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해놓았습니다. 학생시절 쓰레기라는 아이템으로 계속 확장을 해나가는 모습이 재밌더라구요. 디자인적 선택이긴 하지만 그것들이 단지 쓰레기에서 출발해 카테고리로 분류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형성해내는 재미난 작업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뉴얼리포트 작업들에서의 다양한 시도들 – 예를 들면 잉크나 후가공같은 부분들 – 역시 디자이너로서의 고민이 묻어나는 부분이었습니다. Client는 항상 신선하고 새로운 것들을 요구하는데 때로는 정보의 부재로, 관성에 젖어서 하지 못할 부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전에 누군가 학생들은 아직 놓을 만큼 다 쥐어 보지 않았따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디자인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전통적으로 다 해보고서 버리기 시작해야지, 아무것도 가져본 적, 시도해본 적이 없으면 버릴 것도 없는 거예요. 가지는 것도 버리는 것도 치열하게 해봐야 한다는 거죠. 얼마만큼 자신이 비주얼적으로 끌어갈 수 있을지, 또 그걸 얼마만큼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학생 때 실험해보지 않으면 할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나서 가장 최소한의 요소만 가지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거죠.”

멋있는 말입니다. 혹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디자이너입니까? 그럼 치열하십시요.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최문경작가는 RISD와 바젤에서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셨더라구요. 박우혁교수님을 통해서 대략은 알고 있는 바젤의 도제식 수업방식이 최문경작가의 글을 통해서 다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글에서는 주로 스위스 타이포그래피의 역사 – 에밀 루더, 얀 치홀트, 아드라인 프루티거, 바인가르트와 헬무트 슈미트까지 그들의 관계들의 서술이 재밌었습니다.  특히나 바인가르트의 수업에 고민하지 말고 무조건 작업하라는 지시가 재밌더라구요. 무조건 작업하고 작업한 것들을 가지고 뭐든지 해보라고 했답니다.

“반복과 훈련은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생기는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준다.”

“생각은 작업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도 혹은 변할 수도 있다.”

요사이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들어올 때마다의 두려움. 그리고 끝없이 시간을 잡아먹는 고민과 고민들때문에 요사이 작업들이 많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명쾌하네요. 반복과 훈련.. 반복과 훈련만이 그런 두려움을 없애준다구요.

고원시인의 구체시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었습니다. 본문에 나와있는 고원시인의 말을 빌어 구체시에 대한 정의를 해보자면,

구체시는 언어의 실험시이다. 그것은 언어의 문화적 흐름을 단절시킨다. 단절된 문자 또는 단어가 고립된다. 고립된 문자는 반복되는 미세한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결합을 꿈꿀 수 있다. 소통의 도구인 언어가 고립된 현장이 구체시이다. 언어에도 안식일이 필요하다. 새로운 결합은 단절과 휴식의 생산적 결과이다. 구체시의 체험을 통해 언어의 도구적 기계성이 정지될 때 뜻밖의 효과가 생겨난다. 독자는 아이러니의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

언어의 도구적 기계성이라… 어쩌면 언어가 가진 본질적인 목적일지도 모를 그것을 일부러 멈추고 부수고 해서 생겨나는 효과들을 기대한다는 게 재밌습니다. 주류로는 인정받기는 힘들겠지만 언어의 또 다른 가능성들을 모색하기 위한 이러한 시도는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굳이 이런 구체시까지 타이포그래피의 워크샵에까지 끼어넣은 기획자의 의도에 참으로 박수를 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