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노하우라는 제목에 눈이 번쩍 띄여서 샀건만 내가 생각한 디자인부분에서가 아닌, 편집기자의 이야기여서 조금 실망했습니다. 그럼에도 디자인과 일면 통하는 부분도 있어서 읽으면서 공감도 하고 반성도 하고 했더랬죠. 한겨레 21의 편집장으로서, 그리고 최근에 한겨레신문의 주말판인 ESC의 편집장으로 옮기면서 항상 재미나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타이틀을 찾아내는 일을 하면서 알게되었던 여러가지의 노하우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디자인에서 클라이언트의 포장을 얼만큼이나 허용해야 하나? 라는 문제가 항상 꼬리표처럼 달고다니는 저로서는 자신있게 ‘제목으로 사람을 낚을만한 매혹적인 타이틀을 뽑아야 산다’ 라고 이야기하는 고경태기자의 말은 꽤나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니 꼭 그렇게 유혹만 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진실과 포장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잘 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그 사이에서 얼만큼 우리는 약아야 하는지가 큰 고민거리이긴 하죠.

생각 외로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이기도 했지만 또 아쉬움이 큰 책이기도 합니다. 결국 저자의 의도대로 제가 낚시질을 당한건지도 모르겠네요. 책의 초반부에서는 나름대로 이것저것들을 취합하고 분류하면서 노하우의 형식을 띄긴 했습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자신이 작업했던 것들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아마도 노하우라는 부분으로 책 한권 내기는 분량이 좀 모자랄 거 같고, 그래서 자신이 작업했던 것들로 나머지의 분량을 채운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렇다면 굳이 편집 노하우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어야 하는 불만도 들지만, 그 제목에 혹한 저같은 사람도 있으니 어떻게 보면 또 제목뽑기에 능한 저자의 말솜씨가 성공적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분명 좀 더 숙성되어야 할 책입니다. 낚시질도 낚시질 나름이라서 제목을 잘 뽑아놓아도 내용이 안좋으면 금방 등을 돌리기가 쉽죠. 최소한 노하우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라면 자신의 작업물들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서 한번 더 곱씹어본 후에 노하우라는.. 형식에 걸맞는 내용을 전달해주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쉽게 등돌릴 수 없는 책임은 분명합니다.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익숙한 것들을 계속해서 버리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태도때문입니다. 디자이너 역시도 무의식적으로 디자인을 하다보면 익숙한 이미지들만을 생산해내기가 뻔하지요. 자, 어떻할까요?

당신이 디자이너시라면, 여전히 뻔한 이미지에 만족하시겠습니까?
전통을 파괴하는 좀 더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디자이너가 되시겠습니까?

선택의 문제였으면 좋겠건만, 이건 필연의 문제인거 같아요.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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