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무언가에 열중해 미친듯이 앞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 방식이지요. 그리고 이 같은 우리의 존재방식을 감당해 내기 위해 기계라는 것을 발명했습니다. 시간은 돈이 되었고, 단시간 안에 가급적 많은 양을 생산해야 하며, 일분일초라도 아끼기 위해 촌각을 다투며 매 시간을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숨 가쁘게 보내야 합니다. 이 사회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모든 방식이 제 눈에는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시간을 벌기 위해 만든 컴퓨터나 자동차, 비행기 등을 이용하며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우리가 떠나보내는 것은 정작 시간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이라는 사실을 잊습니다. 우리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계가 돌아갔고,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소중한 삶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우리의 심장이 뜁니다. 그리고 우리는 숨을 쉽니다. 우리는 우주의 리듬에 따라서 매 시간 우리도 우주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의 심장 박동소리를 들으면서 알 수 있습니다. ” 289p.

더이상 기계를 생소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것이 되어버렸다. 분명히 더 편해졌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뭔가 불편해졌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말 대신 문자로, 얼굴을 보는 대신 통화로, 기계로 인한 관계의 접촉점들은 더욱 많아졌지만 피에르 라비의 말처럼 ‘존재의 접촉점’은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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