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싫어한 나머지 그것을 떨쳐버리기로 결심했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방법은 그것들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발을 내디뎌 달리면 달릴수록 새로운 발자국 소리가 늘어만 가고 그의 그림자는 조금도 어려움 없이 그를 따라왔다. 그는 이 모든 재난이 아직 자신의 속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더욱 빠르게 달렸다. 그리하여 마침내 힘이 다해 쓰러져죽고 말았다. 그는 이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만일 그가 단순히 그늘 속으로만 걸어 들어갔어도 그의 그림자는 사라졌을 것이다. 그가 자리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어도 그의 발자국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 장자莊子, 잡편雜篇 제31 어부漁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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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한 사보에서 인용된 글을 읽었다. 그리고는 그 어리석은 사람의 모습을 현대인의 모습에 빗대고 있었다. 앞만 바라보고 달려가는 사람. 잠시 뒤를 돌아봐도 될법 하고 잠시 쉬어가도 될법 한데 그저 앞으로만 달려가는 사람들. 앞이 낭떠러지인지 평탄한 고속도로인지도 모른채 그냥 막연한 불안감으로 그저 달려나가기만 한다.

이리 달려될 수 있는 건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탓을 하기도 하고 트렌드 탓을 탓하기도 하고 쏟아져나오는 정보 속에서의 인간의 고독함을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내가 생각하기엔 그런 무모함은 가벼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의 하부를 진득하니 묶어줄만하고 무게감을 느끼게 해줄만한 것들이 없어서 그저 우리는 존재가 풍선처럼 통통 바닥에 튈 뿐이다.

여기저기에서 인문학이다 어쩌다 이야기들은 하지만 정보들속에서 미처 소화되지 않은 가벼움들이 뱉어지고 검색만하면 어디의 어디라는 감각적인 명언들만이 난무하게 되어서 더이상의 context는 사라지고 text들만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애매하게 부유하는 중이다. 그래서 조금은 미안한 감정이 든다. 그런 text들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나에게, 그리고 고전에게, 그리고 고인들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여전히 어리석다. 그림자를 피할 방법은 그저 달리는 것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얼마나 현명한 하루를 살고 있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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