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눈을 단련시키고 감수성을 깊이함으로써 지각의 이미지에 질서를 부여하려고 애써왔다. 그리고 그 질서가 때때로 정체되거나 창조성을 결여했을 때, 그들은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려고 시도해왔다. 다시 말해 인간과 구체적 환경 사이에 끊임없는 무언의 대화가 계속되어 온 것이다.
– 김재은 편역, 디자인의 철학(창지사, 1994), pp.186~187.

 

근대 디자인의 기원으로는 산업혁명의 격변기에 살았던 윌리엄 모리스를 주로 꼽는다. 하지만 그를 보자면 분명 현대의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디자인을 전개해왔다. 아니 사실은 현대의 디자인이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전혀 그 기원으로서의 디자인을 재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디자인은 중세 신의 시대를 지나오고 인간의 시대로 넘어오기 시작하면서 생긴, 인간 삶의 통찰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이전의 미학이나 자연의 대상이 신과 깊게 결속되어 신만을 단 한명의 디자이너로서 인정해왔다면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지나면서 인간 삶에 대한 디자인으로서의 기반을 마련했다.

즉, 매번 역사 속에서 디자인은 위의 인용문구에서도 말했듯이 새로운 질서창조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상업디자인에서 볼 수 있듯이 디자인이 생산에 흡수되면서 디자인이라기 보다는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역사 속의 디자이너들은 혁명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 삶에 대한 관심이 풍부한 사람들이었다. 우리 선배들의 모습은 실로 위대한 것이었다.

얇고 작은 책이지만 디자인에 대한 지적 갈증을 어느정도 해소해 준 책이기도 하다. 아쉬운 것은 편역이라 많은 인용들이 등장하지만 원문을 밝히지 않은 것이 아쉽고 디자인 전공자의 손으로 써진 글이 아니라는 아쉬움이 있다.

디자인에 대한 서적들을 접할 수록 디자인 내부에서보다 오히려 디자인과 인접해있는 학문 쪽에서 디자인에 대한 개념과 역사에 더욱 관심을 갖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본다.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넓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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