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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호보다 두껍습니다. 편집자의 말로는 자연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고 하는데 풍경을 보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말로 들리네요. 그렇게 세상이 갈수록 퍽퍽해지니 보보담의 책도 좀 더 두꺼워졌나 생각도 해봅니다.

 

“세상이 풍경인데도 사람들은 그 안에서 허둥지둥 사느라고 그걸 못 보는 거야, 그게 풍경인 걸 보지 못하면 그건 그냥 산이고 물인 뿐인데 말야.”
– 정성일, 보보담 14호, ‘영화로 만나는 괴산’ 에서.

 

살면서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정자 하나 만들어놓고 경치를 감상하고 시 한 수 읊거나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서 사색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헤집어놓을대로 헤집어놓은 자연은 더 이상 신비롭지 않고, 경치 감상보다는 번 돈으로 열심히 쇼핑하면서 다음 달 카드값에 사색이 되는 게 지금 우리의 모습인가 싶네요.

 

나는 다시 철봉에 오른다. 세상은 턱걸이처럼 버티는 것이다. 버텨야 새로운 것이 온다. 떨어지는 것은 결론이고 버티는 것은 과정이다. 그래서 결론은 슬픈 것이고 과정은 아픈 것이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또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
– 시인 이산하, 보보담 14호,’산사기행’에서.

 

사람도 떨어지고, 비도 떨어지고, 꽃도 떨어지고, 결국엔 눈물도 떨어지고, 고개도 떨궈지는 지금. 그래도 다시 철봉에 매달려야겠습니다. 떨어지는 게 결론이라도 지금은 철봉에 매달려야 할 때이니 말입니다.

 

Gerald_Quinn_ChinUp_Bar_Clip_Art

http://en.wikipedia.org/wiki/Chin-up_bar#mediaviewer/File:Gerald_Quinn_ChinUp_Bar_Clip_Art.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