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의 불화는 그 시대에 아버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내면적 저항의 방식이었다. 아버지는 결코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인정하지 않았으니 그 여파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삶을 사는 아버지를 더욱 힘들게 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버지의 힘으로 불가능한 것들과 내면적인 싸움을 지속하면서도 삶에 대한 사랑과 세상에 대한 착한 의지를 끝내 버리지 않았다.
나는 이제 아버지의 인생에 의문을 갖지 않기로 했다. 단지 가난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그렇게 힘들게 살았던 것은 아니다.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아버지는 당신이 세운 삶의 원칙을 끝까지 지키며 살았다. 아버지는 전쟁에 참여했어도 사람을 향해 총을 쏘는 대신 부상병을 치료하는 일을 하였다. 아버지는 운전을 할 수 있었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직업이라며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등은 사람의 몸 중에서 가장 넓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의 손이 미치지 않는 유일한 부분이 있는 곳도 등이다. 마치 아무도 찾지 않는 오지와 가타. 우리의 신체 중에서 자신의 몸이지만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없는 타자의 영역이 등이다.
인간의 등처럼 사랑 또한 타자의 영역이다. 자신에게만 머물러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생성하는 데 그 가치가 있다. 오직 사랑만이 타자와 더불어 새로운 생을 낳고 또 낳는 힘의 근원인 것이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살아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하라. 모든 살아 있는 것은 그 사랑의 씨앗이며 열매이다. 그러므로 살아가는 모든 존재는 위대하다.

솔직히 내 아버지가 생각나기보다는,
나중에 난 어떤 아버지가 되어있을까?
내 아이는 어떤 사람으로 날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것에 더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