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52 -53

생활은 평범함을 밑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평범함이야말로 생활을 성립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부정하면 사회생활은 일시에 붕괴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지루함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후쿠다 시게오의 사생활에서 ‘놀이 디자인’은 일상 속 지루함에 신선한 활기를 준다. (중략)

후쿠다 시게오의 작업들은 시각이 가져다주는 의외성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큰 활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말해 준다. 그 활력의 근원이 되는 것이야말로 디자인의 기능이라고 그는 말한다.

p. 108

디자인은 모든 일상 생활에 관여한다. 디자이너의 대상은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다. 디자이너는 더 나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 현관문은 왜 열리지 않으면 안되는가? 우리는 소란스럽기 그지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현관문이 열리지 않고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 문이 열려도 무방하지 않을까?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는 한 새로운 디자인을 기대할 수 없다.

p. 140

이미 오래전에 기능주의 시대는 사라졌다. 지금은 놀이 문화의 세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정도는 자신(가족과 함께)다운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pp. 204 – 205

디자인과 예술은 다릅니다. 디자인은 사회에 대해서 발언하고 칭찬하고 고발하는 행위로,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수단입니다. 예술은 때때로 일반 대중에게 이해되지 않는 명작도 있습니다만, 이해되지 않는 디자인은 디자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의사가 환자의 맥을 짚어 진단하듯이 오늘의 세계를 읽어 내고, 오늘의 문화를 이해하고, 오늘의 생활을 공유할 수 없다면, 오늘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은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fukuda

후쿠다 시게오의 키워드는 ‘놀이’와 ‘착시’라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브루노 무나리와 에셔가 빠질 수 없다. ‘놀이’의 개념에서는 당시 일본의 진지한 배경풍토에 가볍고 즐거운, 그러나 이면의 메시지를 가진 디자인을 했다는 것에서 큰 평가를 받고 있다.

보태자면 ‘놀이’ 하면 생각나는 책이 호이징거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이다. 인간의 문명사를 ‘놀이’로 재해석하는 재미난 책으로, 놀이에서의 경쟁이나 상상력 등이 문명들을 이끌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쿠다 시게오의 ‘놀이’개념은 이와는 좀 다르게, ‘즐거움’이나 ‘유머’와 더 가깝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상상력’이 큰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둘의 연결고리로서 여겨질 수 있겠다.

‘착시’에서는 후쿠다 시게오 자신이 ‘시각 커뮤니케이션’인 만큼 시지각의 본질적인 것에서 디자인은 출발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으며, 그것은 바로 착시라고 생각하고 있다. 회상하길 원통형의 모양을 보면서 옆에는 삼각형인데 위에서 보면 원의 모양을 가진, 이율배반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이후에 착시를 이용한 작품활동에 열중하게 된다.

victory, 후쿠다 시게오

나 역시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인 ‘Victory’라는 포스터의 탄생배경에 대한 설명이 책에 나온다. 1972년 폴란드에서 열린 전승30주년기념국제포스터대회에서 출품요청을 받고 고민하던 중, 중폭격기가 지구를 향해 폭탄을 차례로 투하하고 있는 스케치를 거꾸로 본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스케치를 계속 하다가 지금의 포스터를 완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착시와 관련된 생각들과 아이디어들이 꼬리를 물다 보면 재미난 상상들로 가득한, 놀이의 디자인을 하지 않을까 싶다. 놀이란, 이토록 가볍고 쉽지만 다 큰 어른으로서의(이미 굳어져버린) 놀이란 특별한 순간들이 아닌, 지루하고 지리한 일상들을 물고 늘어져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작품, 하나 더 놓고 간다.

127_look1, 후쿠다 시게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