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 171 – 172.

19세기 말 현대 디자인을 이끈 영국의 개혁가들은 이러한 점을 날카롭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영국의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저렴한 소비재가 그 물건을 만다는 노동자와 어떠한 연관성도 갖지 못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국의 수공예운동을 주도한 윌리엄 모리스(‘근대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상가이자 공예가)는 산업혁명이 상상할 수 없는 부를 창출하긴 했지만 감정과 열정, 인간의 정감 어린 손길이 결여된 냉랭한 세상을 만드는 동력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상주의자였던 모리스는 산업화가 예술성에서 실용성을 격리시켰고, ‘쓸모 있는 일’과 ‘쓸모없는 수고’ 사이의 틈을 벌려 놓았으며, 물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환경을 오염시켰다고 굳게 믿었다. 또 인간의 능력을 찬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도 있었던 세상을 타락시킨 주범도 산업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동료 공예가들이 부유한 상류층을 위해 일하는 따분한 존재로 전락했다고 한탄했다.

p.174.

디자인은 이미지, 형태, 짜임새와 질감, 색상, 소리, 냄새 등을 통해 인간의 감성을 담아냄으로써 삶을 풍요롭게 한다. 본질적으로 인본주의적 속성을 가진 디자인적 사고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다음 단계를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인간은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활용해 체험을 디자인함으로써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끄는 것이다.

디자인적 사고 혹은 디자인 사고는 IDEO(www.ideo.com)라는 업체에서 맨 처음 주창한 걸로 알고있다. 그 회사의 CEO였던 팀 브라운. 즉 경영이나 기타 학문 분야에 디자인적 방법론과 생각법으로 혁신을 일으키자는 것으로 디자인에서 유효했던 관찰, Needs 등의 방법들로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것을 말한다. (좀 더 궁금하다면 예전 포스트, IDEO Innovation Case Study를 보자)

일개(?) CEO가 자신의 회사에서 적용했던 이론을 책을 통해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디자인 역사에 대한 그의 통찰력 또한 놀랄 일이다.  윌리엄 모리스를 통해, 산업혁명을 통해 소비사회가 어떻게 형성되고 그에 따라 소비자 사회가 형성되었다는 것, 이러한 일련의 배경들을 짚어내면서 현재의 로렌스 레식이란 사람을 통해 윌리엄 모리스의 ‘중세로의 복귀, 장인정신으로의 복귀’가 다시금 현재에 ‘소비자의 생산참여’로 적용되고 있음을 본다.

왼쪽부터 윌리엄 모리스, 팀 브라운, 빅터 파파넥

그리고 그런 참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디자인에서의 ‘공감’이 핵심이 되고 있다. 즉, 현대에서는 물건의 생산이 아닌, 물건을 사용하는 문화나 체험의 디자인이 더욱 중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윌리엄 모리스의 부활이 아닐까? 중세의 장인으로의 회귀는 아니지만, 예술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모리스에게, ‘모든 사람은 디자이너다’ 라고 외치는 빅터 파파넥의 외침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지금이 모리스가 꿈꾸었던 방식의 디자인, 혹은 예술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