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켄야의 『포스터를 훔쳐라 +3』 책에 보면 ‘디자인 펑고(Design fun-go)’란 글이 나온다.  당시 산세이도 출판사의 선서(選書) 작업한 것을 두고 쓴 표현이다. ‘펑고’란 야구에서 코치가 연습타구를 여기저기로 날려서 선수들이 수비를 연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2주의 짧은 시간동안 기존에 나와있는 50권의 책들을 모두 리디자인해야 하는 작업을 마치 야구의 펑고같다고 이야기하는데, 참 적절한 표현같다. ‘전집’처럼 하나의 주제나 작가로 묶는 것도 아니고, 모두 제각기 다른 주제들의 책들의 모음을 디자인하려면 얼마나 정신없을까?

그래서 하라 켄야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요가 달인에게 자세를 취하게 하는가 하면 마초스러운 축구선수가 나타나고, 그를 지나치자 전쟁 이전 시절의 학생들이 영양실조 기미가 보이는 얼굴로 몰려온다. 기개에 찬 메이지 장교가 군도를 휘두르는 옆에서는 측량가 이노 타다타카가 측량을 하고, 그 옆에서 감자를 먹는 폴란드인 머리 위로 B29에서 폭탄이 떨어지고…….

하라 켄야,  『포스터를 훔쳐라 +3』 , p.192


마침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낮에는 다른 일을 해야 해서, 점심시간에 회사 도서자료실에서 자료를 찾고, 저녁과 새벽의 개인적인 시간에 디자인을 가공해서 원화를 만들고 다듬었다고 한다. 가끔은 이렇게 몰아치는 일이 오히려 더 에너지를 몰아주는 거 같다.

이쯤  읽다보니 ‘디자인펑고’라 일컫는 선집들의 표지디자인이 궁금해졌다. 여기저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미 품절이 된 책들이라서 책의 표지들이 별로 없었지만, 구할 수 있는대로 구해서 올려본다.

선서의 초반에는 책의 내용을 요약한 텍스트가 표지에 전면배치되다가, 배경으로서 이미지가 조금씩 등장하더니 표지의 텍스트가 줄어들고 이미지가 전면배치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리고 제목부분의 위치를 통일시킴으로 오랜 시간의 작업임에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훼손되지 않고 선집의 아이덴티티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고, 레이아웃 외에 다른 요소들이 꽤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어서 지루함도 덜어주고 있다.

 

이미지출처. 산세이도 출판사 / amazon.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