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아이’라는  단어에 눈이 번쩍!

책을 보다가 ‘아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아무래도 더 눈이 번쩍 뜨인다. 아빠로서의 본능이랄까. 패기 두른 에이드리언 포티의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의 책을 보면서 그런 순간이 있었다. ‘디자인의 다양성’ 부분에서 아이에 대해 설명해놓은 부분이었다. 내용의 요지는 아이에 대한 관념의 변화가 디자인에 그대로 반영되어 의자나 유아용품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2. 유아의 관념 변화

먼저 ‘유아’ 혹은 ‘아이’의 관념이 변화되었다는 것이 재미났다. 전에는 아이는 그냥 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이 역사적인 변화에 따라 달라져왔다니 (여기서는 ‘childhood’를 아이, 유아, 혹은 유아기 등으로 차이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 문헌이나 그림 등을 통해 비교해봤을 때 재미나게도 그 차이는 존재하고 있었다.

 

2.1. 유아의 관념변화 – 중세시대

그것을 맨 처음 밝혀낸 것은 1960년에 간행된 Philippe Ariès의 『Centuries of Childhood』 라는 책에서였다. 그는 중세시대의 그림 속에서 아이들이 지금의 아이처럼 다뤄지지 않고 마치 어른처럼 다뤄지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아리에는 15세기까지 ‘아이’의 시기를 분리된 시기로 보기보다는 어른과 동일한 전통, 게임, 의상을 공유하는 ‘작은 어른 litter adult’로 보았다고 이야기한다.

Centuries_of_Childhood book cover

Centuries_of_Childhood book cover

단지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사건만 있었을 뿐이고, 귀족들은 바로 자기들에게 이득이 될 결혼과 약혼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생일이 지금처럼 축하할 만한 날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이름을 가진 성인의 날이 더 기쁜 날이었던 것이다. 당시의 교회법과 일반법 역시도 아이와 어른들을 동일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에이드리언 포티는 그 예로 Arthur Devis의 그림을 들고 있다. 아래 한 가족의 초상화를 보더라도 아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어른의 모습을 축소해놓은 듯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다른 Arthur Devis의 그림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링크] 다른 Arthur Devis의 그림 보러가기.

Arthur Devis (1712-1787) paints Families & Friends in Gardens & Parks in the English Countryside Tate; (c) Tate; Supplied by The Public Catalogue Foundation

Arthur Devis (1712-1787) paints Families & Friends in Gardens & Parks in the English Countryside Tate; (c) Tate; Supplied by The Public Catalogue Foundation

 

2.2. 유아의 관념변화 – 초기근대 (엘리자베스 시대)에서 낭만주의시대까지

17C에 이르러 아이에 대한 관념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것을 촉발한 것은 John Locke의 ‘tabula rasa’ 개념이었다. 사람은 태어날 때 ‘백지상태’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아이들을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고, 백지 상태의 아이들에게 정확한 개념등을 심어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고 보았다.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 비로서 현대적인 아이에 대한 관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762년 루소의 소설 ‘에밀’에서 아이를 어른시기의 어려움과 위험에 직면하기 이전의 성스럽지만 짧은 시기로 봤다. 점점 아이들을 작은 어른으로 보기보다는 육체적, 감정적으로 구별되고 선적인 존재로서 묘사되었다.

The Grosvenor Family by Charles Robert Leslie / wikigallery

The Grosvenor Family by Charles Robert Leslie / wikigallery

 

2.3. 유아의 관념변화 – 근대의 아이

현대적인 아이관념은 19세기에 시작되었다. 특히 출판부분에서 그 전시대는 아이들에게 교훈적인 성격의 동화책이 주로 나왔다면, 이 때에는 유머스럽고 아이들이 위주가 된 책, 아이들이 상상한 듯한 책들이 나왔다. Thomas Hughes가 쓴 『Tom Brown’s School Days』(1857)이나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Lewis Carroll의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가 바로 이 당시에 나온 책들이다.

또한 의무교육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국가에서 지원해주며 의무적으로 출석하고 교육받은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현대적 의미의 학교가 19C에 처음 프러시아에서 출현했고,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 다른 국가로 점차 퍼져나갔다.

19세기의 시장경제는 아이들의 시기를 ‘행복한 시기’로 간주했다. 그래서 공장에서 생산한 인형과 인형의 집, 다양한 스포츠 등의 활동이 있었고, 1908년에는 보이스카우트가 창설되기도 했다.

 

3. 유아용품, 아이용 가구의 출현

이 전에도 요람이나 아동용 침대 같은 유아용 가구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아이에 위해 고안된 가구는 없었다. 단지 아이용 가구라고는 cane의자나 windsor의자를 작게 축소한 것으로 어른용 의자와 다름없었던 것들이었다.

그러다가 1833년 출간된  J.C.Loudon의 『Encyclopedia of Cottage, Farm, and Villa Architecture』라는 책에서 ‘furniture for the nursery’ 라는 장에서 아이용 가구에 대한 삽화와 자세한 설명이 곁들어 소개가 되고 있다. 요람과 아이들을 위한 의자, 세면대 등이 소개되고 있다. (원문 PDF에서 해당 챕터만 변환한 것이다.)

Encyclopedia of Cottage, Farm, and Villa Architecture

Encyclopedia of Cottage, Farm, and Villa Architecture

Encyclopedia of Cottage, Farm, and Villa Architecture

Encyclopedia of Cottage, Farm, and Villa Architecture

특히 이 중에 의자를 고안한 Astley Cooper 외과의사의 이름을 딴 ‘Astley Cooper 의자’는 식탁 앞에 아이들이 똑바로 앉을 수 있도록 고안된, 자세교정용 의자였다. Deportment Chair라고도 불리며, 빅토리아 시대의 학교나 보육소의 코너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거나 하면 이 의자에 앉혀서 반성하게 했다고 하니, 현재 ‘생각하는 의자’의 시초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An Astley-Cooper style child's high chair

An Astley-Cooper style child’s high chair live auctioneers.com

 

4. 관념의 변화와 디자인

‘디자인이 어느날 갑자기 디자이너의 크리에이션으로 생겨날 수는 없을 것이다. 디자인은 철저히 당시의 문화와 사회의 소산물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는 에이드리언 포티의 구조주의에 입각한 생각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아이가 작은 어른으로 취급되는 한은 아이들만을 위한 물건들을 따로 디자인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단지 축소만 하면 될 것을. 하지만 아이들이 선한 존재며 놀이하고 즐거워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면서 그들이 사용할 물건 역시도 좀 더 편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사용하기 즐거운, 그들만의 물건들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출처.
에이드리언 포티,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
Wikipedia.org / History of Childhood
Wikipedia.org / Centuries of Childh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