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본 기억에 남는 영화 중 하나로 자리매길 거 같습니다. 개봉하기 전에는 그 전에 이미 개봉한 '드리머'와 비교를 많이 하기도 했었지만, 뭐, 비교할 꺼리는 되지 않습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말의 출생(반골이냐, 정통이냐)에 집착해서 결국엔 승리를 하는 '드리머'가 멋들어지고 깔끔한 레스토랑의 와인잔이라면 '각설탕'은 어디 쓰러질 듯한 포장마차에서 거칠게 울면서 마시는 소주잔같더군요. 거기에는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투자되는 돈의 역할이 크기는 할 것입니다. 시속 75KM이상 달리는 말의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한 특수촬영장비들과 숨막힐 듯한 말밥굽소리를 만들어 내는 사운드 디자인과 보다 정교한 영상미를 위한 CG 등, 이런 모든 것들이 갖춰진 상태에서 만들어진 '드리머'였지만 '각설탕'은 역시나 제한된 장비와 자본을 가지고서는 그것과의 차별성을 확연히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의 탁월한 생각이었다는..)
역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지만 가장 진솔하게 전할 수 있다는 진실이 통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이전 투자자들과 함께 영화제작문의가 들어왔지만 자신은 말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오랫동안 간직한 채 제주도로 들어가서 만들기 시작한 영화가 이 '각설탕'이었느니까요. 이후의 제작과정에서는 '말'을 소재로 만들기 위해 데모영상을 만들어 마사회관련자를 설득하기도 하고, 마주들이나 조련사들, 기수들 등등 각 협회를 상대로 설득과 협조를 얻어내서 만든 만큼, 그만큼의 땀들이 곳곳에 배어져 있었습니다.

영화의 색조는 참 소박했습니다. 오히려 헐리웃의 영화처럼 너무 깔끔한 색감이었다면 반감을 가질 뻔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어릴 적 로보트나 그림일기장의 표지에나 나올 법한 '노란색'과 '파란색'의 원색들이 너무 튀지 않게 소트트한 느낌을 시종 유지합니다. 첫장면을 보자마자, '아 소박하다. '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그리고 그 메인에는 임수정이란 배우가 위치합니다. 금방이라도 손을 튕기면 물기가 나올 것 같은 눈동자를 가지고서는 말에 대한 사랑을 여과없이 드러냅니다. 어머니가 타던 말인 '장수'와 그 자식 '천둥'이와 함께 할 때에는 메인색조는 노랑색을 쓰고 있습니다. 꿈은 아직 여물지 않은 개나리빛이라 그런걸까요? 노란 가디건을 입고 말과 함께 제주도의 초원을 뛰어다니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배우가 천둥이와 헤어져 기수로 경마경기에 참가할 때에 그녀는 어느새 핑크빛 유니폼을 입고 있었습니다. 마치 천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나 다시 그녀는 개나리빛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ps. 사운드 디자인이 좀 아쉬웠습니다. 중요한 장면에서는 기수의 호흡소리만 남겨놓고 말발굽소리들은 제외했더군요. 영화 '드리머'에는 '네가 달리면 땅이 울리고 하늘이 열리지' 라는 시를 말에게 들려줍니다. 말발굽 역시 가슴을 울리는 영화의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고 생각하던 차에 영화관에서 듣는 '각설탕'의 말발굽 소리는 가슴을 울리기에는 부족하더군요.
BGM은 무척 훌륭했습니다. 카메라의 호흡과 음악의 호흡이 같이 움직여야 영화가 더 빛을 발할 수 있겠구나. 할 정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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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탕.. 나름 선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한번 봐줘야 할듯.. ^^
확실히 대중의 눈은 가슴에 와닿으면 되는 거 같아요. 편집상의 문제가 어떠느니, 하는 디테일한 문제는 문제가 되질 않으니까...
좋은 영화로 기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