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여행하려고 작정했을 때였습니다. 정작 여행지인 뉴욕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기 때문에 근처의 반스앤노블에 가서 여행서적들을 둘러보았는데, 그 많은 수의 여행서적에 기죽고 또 영어로 된 무지 두꺼운 책에 눌리고 했었죠. 여행서들은 각기 보기쉽게 여행지를 설명해놓았다고는 하는데 영, 막상 책을 펴놓고 보면 여행 갈 마음이 사라지고 맙니다. 여행지에 대한 소개가 자세해도 너무 자세하고 글씨는 깨알같아서 현실에서 떠나 가벼운 마음 가지고 가는 사람에게는 '이거 공부하지 못하면 아무데도 못가' 라고 소리치는 못된 선생님처럼 여겨져서요.

그래서 여행소개서적보다는 여행기를 좋아하나 봅니다. 이병률님의 산문집 '끌림'이나 정세영님의 여행기인 '알바이신의 고양이들' 같은, 여행 다녀온 사람들의 그리움 묻어나는 책들을 많이 좋아합니다. 여행을 막 갔다온 친구가 흥분과 그리움에 캐리어마저 끌고서 만난 스타벅스에 앉아 - 왜 꼭 스타벅스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지만서두 미국서 가장 많이 갔던 곳이 스타벅스였고 커피 한잔 시켜놓고 누리는 테이블 위의 자유가 여행과도 잘 어울린다는 개인적인 생각때문이다. - 조잘조잘 자기가 보고 겪고 생각한 것들을 얘기해주는 느낌을 같거든요. 최소한 어디를 갈려면 이것은 알고 가야 한다는 식의 강요는 하지 않으니까... 그냥 그 친구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무척 기뻐할겁니다.

그렇다면 '현태준 이우일의 도쿄여행기(이하 도쿄여행기)'는 그런 친구들의 이야기묶음이었습니다. 못가본 일본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 언젠가는 한번 가봐야지 하는 마음마저 갖고 있었으니 얼마나 친구의 이야기가 꿀맛같았겠습니까? 무리하지 않게 현태준, 이우일이라는 다른 성향의 사람이 각자 도쿄에서 경험하고 여행한 것들을 물흐르듯 풀어냅니다. 더구나 말만으로 재밌을 이 이야기들에 양념처럼 자신들이 그린 만화로 간간이 설명해주고 있으니 더욱 감칠맛이 납니다.

책들과 음반에 환장한다는 저자 현태준의 글에는 도쿄에서 보게된 책들과 음반, 그리고 됴쿄임에도 됴쿄같지 않은 소소한 동네들을 소개하고 있고, '싼거면 무조건 산다!' 의 이우일 씨는 역시나 벼룩시장에 대해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으며 그 외에 술집 등의 밤문화 - 혹자들이 기대하는 본격울트라 성인밤문화류의 소개는 하지 않고 있으니 이 부분은 아마 나중의 전문서적으로 따로 분류되어 나와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 ^^; - 에 대해 재밌게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곰곰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저는 '이우일씨의 삘' 같습니다.

이런 여행책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의 책들이 말이죠. (사실 어떤 전자기기를 사기위해 리뷰를 뒤져보더라도 왠지 전문가들의 리뷰보다 일반사람들의 몇 줄 아닌 리뷰에 더 관심이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ps. 책의 본문 중 일부를 찍어서 올립니다. 위는 현태준씨의 만화, 아래는 이우일씨의 만화입니다.



2007/03/08 17:41 2007/03/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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